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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중상모략과 보이지 않는 손

심리전 원리에 따르면, 모략(謀略)이란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주체에게 불리하도록 조작된 정보로 누명을 씌워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상대방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단결력을 파괴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작되는 정치적 기술이자 심리적 전술이다. 정치의 세계에서 모략은 이처럼 비열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된다.   최근 불거진 한 정치인의 ‘모략’ 의혹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논란을 던졌다. 유력 정치인의 부인이 ‘점쟁이를 찾아다닌다’는 날조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그 중심에 박지원 의원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스스로 ‘정치 9단’이라 칭하며 김대중 정부에서 비서실장과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가 이러한 종류의 공격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안긴다.   화려한 고위직을 두루 거치며 국가의 중요한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가, 나라의 장래를 논하고 인재를 보호하기보다 이러한 정치적 공세에 나섰다는 점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치적 모략의 위험성과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는 역사가 생생히 증언한다. 지금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군사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던 엄혹한 시절의 일화는 여전히 정치의 윤리를 곱씹게 한다.   당시 국방부 대변인으로 근무했던 필자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구상하고 관계 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첫째,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사형을 집행하는 방안, 둘째,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유배처럼 세인트 헬레나 섬에 가두는 방안, 셋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처럼 미국으로 망명시키는 방안이었다. 각 방안의 장단점을 상세히 기술했다.   특히 호남 지역 인사들의 정치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으로 망명시키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임을 강조했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뉴욕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당시 망명 중이던 박지원 씨를 만나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경제 원리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 당시 필자의 이러한 건의와 결정 과정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망명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박지원 의원이 훗날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을 더욱 깊게 맺고 성장하는 배경 중 하나가 되었음을 박 의원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정치적 여정 이면에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존재했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이러한 사실은 필자의 저서 발간 과정에서 뒤늦게 일부 알려지기도 했으며, 호남 지역 인사들과 손주환 의원 등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여러 차례 제안받았으나 사양했다. 박지원 의원의 오늘이 있기까지 이러한 알게 모를 역사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기억하고, 근거 없는 중상모략은 스스로 자제하기를 촉구한다.   동양의 지혜가 담긴 팔만대장경에는 정치인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경구가 실려 있다. 경, 율, 논 삼장 중 한 구절은 이렇게 가르친다.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이익을 위해 남을 모략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경구처럼, 정치라는 어려운 사회생활 속에서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보이지 않는 손’이나 역사적 인연에 의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기본적인 윤리와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 9단’이 갖춰야 할 덕목일 것이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 소장열린광장 중상모략과 정치적 모략 유력 정치인 정치적 인연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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